1. 한줄 요약 : 양조위의 주유를 위한 영화, 엄친아 주유
이건 뭐 양조위의 주유를 위한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유는 착하고 매너있고 백성과 부하를 사랑하고 용기도 있고 지혜롭고 쌈도 잘한다. 엄친아 주유.
이게 왜 그런지 생각을 곰곰해본다.
오우삼이 늘 그러듯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던 남자간의 우정과 형제애'를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조조에 맞서 함께 싸우지만 결국에는 갈라질 수 밖에 없었던 주유와 제갈량을 통해서?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제갈량은 왜 (삼국지 연의에서 서술된 것에 비해)안습/개그 캐릭으로 나오는데?
내 생각에는 이게 아닌가 싶다.
주윤발 캐스팅은 불발되고 적룡은 유덕화랑 다른 삼국지 영화(용의 부활) 찍었고.
믿고 밀고 나갈 주연이 양조위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양조위가 맡은 주유 역할에 비중을 많이 둘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주유 착한 놈, 엄친아' 이미지를 만드는 데 많은 영화 화면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우삼의 생각이야 어쨌든, 삼국지를 읽고 또 코에이 삼국지 게임을 하면서 자란 세대로서,
코에이 삼국지 전투력 80 수준의 주유가 팔괘진 전투 장면에서 관우/장비/조운과 맞먹는 개인 전투 스킬을 보여주는 건
진짜 오바의 극을 달린다고 생각된다.
2. 무슨 전투가 이래?
내가 중국인도 아니고 무협 팬도 아니니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이게 전투가 뭐 이 모양이냐?
군대와 군대가 대결하는 전쟁이 아니라, 개인기 위주의 전투 장면을 가지고 전쟁을 묘사하다보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좀 심하게 말하면 네이버에 최훈이 그리는 삼국전투기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관우/장비/조운이 조조의 잡병들 대상으로 싸우는 모습만 계속 보여주다보니 이건 금방 지루해진다.
게다가 삼국지에서 관우/장비/조운이 대단한 장수로 묘사되는 것은 잡병들 목을 날리고 창을 뺏고 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적군의 강한 장수들을 한칼에 목을 날리거나 줄줄이 목을 날리거나, 하루 낮 하루 밤을 꼬박 싸우거나 해서
그 명성이 나타나는 것인데...
아니 관우/장비/조운이 말에서 내려 상대방 잡병들 대상으로 목이나 치고 있으니 영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장비는 숫제 맨주먹으로 싸우기까지 하던데...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 게임 생각나더라.

팔괘진을 응용하는 장면은 볼 만하다.
3. 말 많은 캐스팅..금성무-제갈량, 양조위-주유,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 이거 바뀐 거 아냐?' 생각이 들었는데..
금성무가 연기한 제갈량은 그럭저럭 괜찮다.
다만 양조위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주유 역할을 하고 있으면 감정이입이 좀 힘들더라.
(적벽대전 당시 주유는 34세였고 36세에 사망한다.)
중국 사람들이 보기엔 린즈링이 연기한 소교가 좀 어색한 모양이다.
우리가 김희선 연기하는 것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느끼는 듯...
장첸이 연기한 손권도 괜찮은 편인데...조미가 연기한 손상향은 미스캐스팅..
아니 왜 여동생이 오빠보다 더 늙어보이냐고.
적벽대전의 주요 인물 중에서 1편에 안 나온 사람은 이제 방통 정도?
설마 방통 역할에 오맹달 나오는 건 아니겠지.
(오맹달은 영웅본색 1편에 나온 적 있음.)
4. 향후의 진로...영화 내내 오우삼은 주유와 제갈량은 친구다, 라고 여러 번 강조하고 다닌다.
그러면서 영화 마지막에 주유가 '조조군에 당신같은 유능한 군사가 없어서 다행이다. 당신과 계속 같이 있고 싶지만,
만일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각자의 주군을 모실 수 밖에 없다. 주유는 주유고 제갈량은 제갈량이다'라는 말을 하게 한다.
이는 2편에서 주유가 제갈량과 대립하게 되는, 그러면서 둘 사이의 우정? 동지애? 이런 것을 느끼게 하는 복선인 듯 싶다.
(첩혈쌍웅에서 주윤발과 이수현의 관계를 생각하시면 될 듯.)
영화 곳곳에 개그적인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웃긴다기보다 썰렁하다.
북경 올림픽 슬로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라든가, 오나라로 떠나는 주유에게 밥 더 드시라고하는 유비라든가, 등등.
p.s.
오우삼은 비둘기 좀 그만 날렸으면 좋겠다. 적벽대전에까지 비둘기가 나올 필요가 있나?
오우삼이 그간 쌓아온 영화적 명성을 더 까먹기 전에 빨리 윤발이형이랑 영화하나 찍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p.p.s.
다들 알다시피 삼국지 연의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사이는 좋은 편이 아니다.
왜 하늘은 주유를 낳고 또 공명을 낳으셨나요, 라는 말까지 할 만큼 사이가 안 좋은데...
삼국지 연의에 묘사된 적벽대전에서도 주유는 꼬투리를 잡아 위험인물인 제갈량을 제거하려 하고
사람 좋은 노숙이 제갈량을 죽이기가 아까워 도와주고자 하는 모습이 나온다.
화살 10만개라든가 동남풍이라든가 등등..
그런데 이렇게 주유-제갈량을 친구로 만들어서 뭐 어쩌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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