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장이 비는 진정한 이유 2가지

[올림픽] 베이징올림픽 관중석이 텅 비는 4가지 이유

1. 중국인은 중국팀의 금메달에만 관심이 있다.
중국은, 예전에 한국이 그랬듯이, 자국팀의 금메달에만 관심이 있다.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몇번의 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인은 올림픽에 대해 '쿨' 해졌다.
적어도 예전보다는 은메달, 동메달,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그런 '쿨'한 단게에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이번 올림픽은 단순한 체육 행사가 아니다.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국력을 드러내는 기회이고,
선수들이 따내는 금메달은, 중국의 올림픽 순위는 중국의 국력의 순위이자 국민들의 자부심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의 시합까지 돌아볼 여력은 없다.
오로지 중국, 중국과 관련된 시합, 자랑스런 야오밍, 류샹, 궈징징 이런 수퍼스타들의 시합만 챙겨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도 한국 외의 다른 나라 시합에 한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2. 보다 근본적인 이유 : 표값이 너무 싸다.
나는 경기장이 썰렁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표값이 너무 싸서 자리가 빈다고? 역설적이지만 이는 사실이다.

올림픽 개막식을 제외하고, 어지간한 시합의 표는 30~50 rmb 정도다.
어차피 올림픽을 보러 갈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정도 가격은 껌값이다.
(참고로 중국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 시키면 20 rmb 정도 한다. 중국 스타벅스에서 어지간한 커피 시켜도 30~50 rmb 정도.
 대졸 초임은 2,500~3,000 rmb 수준)

문제는 중국의 티켓 판매시스템에 있다.
중국은 올림픽 시작전, 몇 개월에 걸쳐 표를 온라인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나눠서 팔아왔고,
남은 표는 올림픽 개막 1주전 몇몇 지정 매표소에서 현장 판매를 했다.
현장 판매 45시간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표가 매진되었다는 건 여기 북경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정작 이렇게 표를 산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기에 가고 싶어 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표값이 이렇게 싸니까 일단 사 두고 나중에 외국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팔자'라는 심리다.
잠재적인 암표상을 수없이 양산한 것이다.

야구경기의 예를 들자.
우커송에서 열리는 야구 예선전은 1장에 30rmb 정도한다.
하지만 시합 1달전 온라인에서 '양도되는' 표의 가격은 1장 300 rmb 수준이었고,
8월 13일 한국-미국 개막전에서의 암표 가격은 1,500rmb~400 rmb 수준이었다.
(1회 시작 후 1,500 rmb, 4회 시작 후 800 rmb, 6회 시작후 400 rmb..이렇게 시간이 갈 수록 떨어지더라.)

어차피 표값은 싸다.
표를 사 놓고 비싸게 팔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1장 손해봐야 30 rmb 정도다.
30rmb 짜리 표 10장 사놓고 기다려도, 1장만 잘 팔면 10장 표값은 건지고 남는다.

잠실야구장의 암표상 같은 경우, 경기 중반쯤되면 본전 회수를 위해 정상가격으로 표를 판다.
그러나 북경 우커송의 암표상들은 경기 중반이 넘어가도 30rmb 표를 400rmb에 판다. 그 밑으로는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1장만 잘 팔면 본전을 회수하는 것이고, 오늘 안 되면 다음날이라도 10배로 팔면 되는 것인데 왜 본전인30rmb에 팔겠는가?

만일 표값이 지금의 10배 정도로 비쌌다고 생각해보자.
300 rmb표라고 하면 표를 팔지 못할 경우 암표상이 입을 damage는 훨씬 클 것이고,
암표상은 본전을 회수하기 위해 가급적 표를 빨리 현금으로 바꾸려 할 것이다.
그리고 표값이 비싸다면 역설적으로 암표상이 부를 수 있는 가격 수준도 그리 높지 않다.
한국 vs 미국 올림픽 예선전표가 진짜 표값의 50배인 15,000 rmb (한국돈 175만원) 이라면,
또는 10배인 3,000 rmb (한국돈 45만원) 이라면 암표상이 표를 팔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표가 팔리지 않으면 암표상이 입을 damage만 커질 뿐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표값이 싼 구조에서는,표를 팔지 못한 암표상이 입을 damage도 그만큼 적다.
어차피 암표는 기존 표의 10배 정도에서 팔리니 10장 중에서 1장만 잘 팔면 된다.
못되도 커피한잔, 햄버거 하나 값 날린 셈 치면 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표 가격이, 모든 중국인을 잠재적 암표상으로 만들었고,
암표상의 기회비용이 낮아진 결과가 표의 유통을 저해하여 올림픽 경기장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by 주윤발 | 2008/08/16 15:15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henderson.egloos.com/tb/202117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