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하이의 여름밤

비가 내린 다음 날, 북경의 여름 밤은 끈적했다.

그녀는 친구의 여자친구였다.
친구는 해외로 떠나면서 그녀와 자연스레 멀어지고 싶어했고 그녀와 연락을 끊었다.
남겨진 그녀와 나는 친구의 친구라는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다.

위태로운 관계-
절친한 친구,
헤어진 뒤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 그 둘 사이의 나.

-배 탈까?
-좋아.

초저녁의 호우하이. 어둠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내려앉고 있었고,
우리는 맥주 한 병씩을 들고 배에 올랐다.
호숫가의 카페에서 통기타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청년이 부르는 '我只在乎你'.
'...그래서 나 당신께 부탁해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당신 없이는, 나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어요...'

-배 저쪽에다 대자. 
-왜?
-저 노래 듣고 싶어..

청년의 노래가 끝나고도 우리는 잠시 배를 세운 채 가만히 있었다.
반팔 소매밖으로 내 놓은 팔에 북경의 습기가 가득히 감겨오다가, 산들산들 부는 밤바람에 습기가 걷히곤 했다.

이제 어둠은 호우하이 가득 깔렸고 우리가 탄 배는 호수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멀리 호수가 건너편에서는 댄스 음악과 어디선가 연주하는 서툰 색소폰 소리가 시끄럽게 엇갈리고 있었다.

-에이, 그냥 내가 가져온 음악 들으면 되지 뭘~!
그녀가 핸폰에 저장된 mp3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찾은 mp3가 끝나갈 무렵 나는 노트북을 켜고 음악을 틀었다.
영화 여인의 향기 OST. 알 파치노의 탱고.

여름 밤 호수 위에서 탱고는 멀리멀리 퍼졌고 
나와 그녀는 잠시 여름 밤과 산들바람과 음악에 살짝 취해 호수 위를 떠돌았다. 언제까지나.

by 주윤발 | 2008/07/05 12:57 | 중국노래 부르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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